[2023] 프로젝트 세일러

의사결정 지연 해결

1. 시작하기 전에

  조직의 업무 일정이 지연되거나 일이 진척되지 않는 이유는 매우 다양하지만, 특히, 조직의 역량과 열정이 충분한데도 이런 일이 생기는 원인 중 하나는 의사결정 지연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의사결정 지연에 의한 업무 지연에 관해 이야기해보고, 그것을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지 고찰해보려 합니다. 

휘몰아치는 업무 속에서 의사결정이 지연된다면, 조직 전체가 멈출 수 있습니다.


2. 의사결정 지연의 원인

  우선 이 글에서는 조직 구성원들의 역량이 충분하고 열정이 있음에도 의사결정 지연이 발생한다는 가정으로 시작하오니, 이점을 유의하고 봐주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지연이 발생하는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보고 있는데, 바로 마이크로매니지먼트, 병목 현상, 의사 결정권자의 부재입니다. 


가. 마이크로매니지먼트 (Micromanagement)

  마이크로매니지먼트는 지나치게 세부적인 영역까지 관리한다는 의미입니다. 의사 결정권자가 업무를 세부적으로 보려고 할수록 그의 생각과 일치하는 결과물이 나오겠지만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데, 문제는 그가 결정해야 하는 업무가 한둘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만약 어느 의사 결정권자가 업무 하나를 결정하는 데 30분을 소요하고 그가 관리하는 구성원이 4명이라면, 그는 여기에만 총 2시간을 소모할 것이며, 네 번째로 결정을 요청한 구성원은 2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입니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 관리하려고 하면 업무가 지연되기 마련입니다.


나. 병목 현상

  마이크로매니지먼트를 하지 않더라도, 의사 결정권자 한 명이 관리해야 하는 구성원이 많아지면 결정 시간도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마이크로매니지먼트에서 30분에 4명을 예로 들었는데, 시간을 10분으로 단축하더라도 이 의사 결정권자가 관리하는 구성원이 12명이라면 2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것은 매한가지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의사 결정권자라고 하더라도 혼자 모든 결정을 내릴 수는 없습니다.


다. 의사 결정권자의 부재

  의사 결정권자는 자리를 비워야 하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협업 부서와의 회의, 정기회의, 인사 면접까지. 이것은 구성원이 항상 결정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의미하며, 이런 상황이 오면 구성원은 의사 결정권자가 돌아올 때까지 손 놓고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의사 결정권자가 어떤 대안이 없이 각종 경조사 혹은 휴식을 위한 연차로 장기 부재라도 한다면, 그가 관리하는 조직은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해 업무가 마비될 수도 있습니다.



3.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가. 마이크로매니지먼트 : 선장의 역할

  의사 결정권자는 비유하자면 선장과도 같습니다. 선장은 갑판원이 갑판을 어떻게 닦는지, 기관실은 잘 정돈되어 있는지 일일이 확인하지 않으며, 배가 가야 할 목적지와 주변 문제를 검토하고, 불시에 생기는 위급 상황을 진두지휘합니다. 마찬가지로, 조직의 의사 결정권자 역시 조직이 나아갈 방향을 정하고, 각종 위험을 예측하여 대처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선장이 배의 키를 놓고 선원의 일거수일투족을 간섭하면 배가 방향을 잃고 좌초하는 것처럼, 의사 결정권자가 마이크로매니지먼트를 시작하면 조직 역시 좌초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의사 결정권자가 어디까지 업무에 개입할지는 조직에 따라 조금씩 다를 것이지만, 그래도 변하지 않는 것은, 의사 결정권자는 조직 전체가 나아갈 방향을 봐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의사 결정권자, 곧, 선장은 배의 진행 방향을 보는 사람입니다.

나. 병목 현상 : 조직 세분화

  병목 현상은 조직의 규모가 커지면 필연적으로 마주하는 문제입니다. 이 시점이 오면 조직은 조직 세분화를 위해서 피라미드형 직급 체계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하는데, 이 체계는 의사 결정 단계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조직이 커져서 소수 인원에게 너무 많은 의사 결정이 집중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직을 격상하고 하위 조직을 만들어 중간 관리자를 둔 뒤, 하향식 관리를 해야 합니다.

병목 현상이 생기기 시작하면 빠르게 조직을 세분화하여 이를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안타깝게도 다양한 이유로 어려운 상황을 만나기도 합니다.
첫 번째는 역시 마이크로매니지먼트로, 중간 관리자가 된 사람이 새 직책에 적응하지 못해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일등항해사가 어느 날 갑자기 선장이 되면 그는 새로 들어온 일등항해사의 업무에 너무 깊이 개입해선 안 되지만, 오랫동안 일한 방식을 버리고 새것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은 법입니다. 따라서, 새로 의사 결정권자가 된 사람이 마이크로매니지먼트의 우를 범하고 있다면, 더 상위에 있는 사람이 적절히 교육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중간 관리자를 맡길 만한 구성원이 없는 상황인데, 이런 상황에 봉착했다는 것 자체가 조직 관리가 잘못되고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조직은 언제나 차기 의사 결정권자를 육성해야 합니다. 조직이 언제 커질지 모르므로 그때를 대비하여 유망한 인재를 발굴하여 경험을 쌓게 해야 하며, 만약 현 구성원에서 인재를 찾지 못했다면, 빠르게 외부에서 영입하여 조직에 적응하고 신뢰를 쌓는 기간을 가졌어야 합니다.

피라미드 조직은 거대한 조직이 효율적으로 움직이기 위한 필연적 구조입니다.


다. 의사 결정권자의 부재 : 대리 결정권자 지정

  다양한 이유로 의사 결정권자가 자리를 비워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렇다고 그가 돌아올 때까지 결정을 미룰 수도 없습니다. 따라서, 이런 상황을 대비하여 조직은 대리 결정권자를 지정해야 합니다. 군에서 사수와 부사수를 만드는 것처럼, 회사 조직 내 구조도 주와 부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보통은 하위 결정권자가 상위 결정권자를 대리하지만, 하위 결정권자가 자리를 비워야 할 때는 의사 결정권자로의 역할 확장을 기대할 수 있는 구성원에게 맡겨야 합니다.
이때 의사 결정권자가 유의해야 하는 것은, 대리 결정권자가 결정한 것에 명백히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대리 결정권자가 결정한 사항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그렇지 않고 그저 취향과 욕심에 따라 대리 결정권자의 결정을 번복한다면, 그와 구성원의 사기가 저하될 뿐만이 아니라 많은 시간을 낭비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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