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프로젝트 세일러

업무 피드백 : 전달, 협의, 설득, 일임

1. 시작하기 전에

  회사에서 가장 자주 일어나는 일 중 하나는 바로 업무 피드백입니다. 저 역시 다양한 리더, 선임 사원에게서 피드백을 받아보고 직접 피드백해야 할 일도 생기면서, 어떻게 피드백하는 것이 옳은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조직에서 의사 결정권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피드백하는 것이 좋은 방향인지 생각하여 정리했습니다. 이 글을 게임 업계의 기획 파트에서의 피드백을 기반으로 작성했으므로, 일부 직종이나 업계에서는 옳은 방법이 아닐 수 있습니다.



2. 피드백 전달

  회사에서 피드백이라는 단어는 보통 더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전달하는 의사 결정권자의 의견을 의미합니다. 이때, 의사 결정권자의 의견은 단순히 그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결과물 개선을 위한 해결책이어야 합니다. 개선이란, 잘못된 것이나 부족한 것을 고쳐서 더 좋게 만드는 과정입니다. 따라서, 피드백 내용에는 개선 필요 부분개선 필요 이유가 포함되어야 합니다.

개선 필요 부분인지 판단할 때, 판단 기준은 업무 방향성과 비교했을 때 잘못, 부족, 나쁜 것이어야지, 다른 것(문제가 아닌 것)이어선 안 됩니다. '다른 것'은 특히 취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므로, 왜 개선이 필요한지 논리적, 합리적으로 설명될 수도 없어 올바른 피드백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개선 필요 이유를 전달할 때는, 어느 부분이 왜 문제인지 명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합니다. 이것을 의사 결정권자의 의도라고 부를 수도 있는데, 이 의도를 잘못 전달하거나, 잘못 이해하는 경우, 피드백이 잘못 반영된 결과물이 나와서 시간을 많이 허비할 수도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개선 방향이나 대안을 제시할 수도 있지만, 이것에는 장단점이 있습니다. 장점은 빠르게 업무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인 반면에, 단점은 조직원이 생각할 기회를 박탈당하여 역량 강화에 많은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방향만 제시할지, 대안까지 제시할지는 의사 결정권자가 업무 일정 상황을 보고 적절히 선택해야 합니다.

의사 결정권자가 의도를 확실히 전달하지 않으면 혼선이 생깁니다.


3. 피드백과 난관

  피드백하다 보면 해결하기 쉽지 않은 상황을 만나기도 합니다. 지금부터 그러한 세 가지 경우와 대처 방법을 하나하나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는 조직원과 의사 결정권자의 의견이 '다를 때'입니다. 이 경우, 의사 결정권자는 3단계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1단계는 경청입니다. 의사 결정권자의 생각이 항상 옳을 수는 없으며, 조직원의 의견이 옳을 때도 있는 법입니다. 따라서, 의사 결정권자는 편견이나 개인의 욕심을 내려놓고, 우선 열린 마음으로 조직원의 의견을 경청해야 합니다.
2단계는 협의입니다. 조직원의 의견을 검토했고 서로 의도를 이해했다면, 이제 장점은 유지하고 단점은 덜어내는 형태로 절충안을 찾습니다. 중요한 것은 누가 더 우월한지 따지는 것이 아니라, 힘을 합쳐서 더 좋은 결과를 얻는 것입니다.
만약 절충안을 찾지 못한 경우, 3단계에서 설득 또는 일임을 선택합니다. 설득은 의사 결정권자의 의견으로 결정하되 조직원에게는 "결정권자로서 내가 책임지겠다"라는 믿음을 주는 것입니다. 충분히 협의했다면, 조직원도 의사 결정권자의 의도를 이해했을 것이며, 자신과는 그저 방향이 다르다는 것도 인지했을 것입니다. 거기에 의사 결정권자가 결과에 책임을 지겠다고 하니, 조직원은 자신의 의견이 아니더라도 믿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일임은 의사 결정권자가 조직원을 충분히 신뢰할 때만 가능한 것으로, 조직원의 의견을 채택하되 "내가 책임질 테니, 한번 그렇게 진행해보아라"라고 해주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아는 것으로, 일임하겠다는 것조차도 의사 결정을 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좋은 결과가 나왔을 때는 조직원의 의견이 좋았던 것으로 생각하여 좋은 결정을 내린 것에 기뻐해야지, 마치 그 의견이 자신의 것이었던 것처럼 생각해선 안 됩니다.

중요한 것은 지시하지 않고 협의를 거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의사 결정권자가 원하는 결과물을 구상하고 있으나, 그것을 전달하지 않을 때입니다. 이 문제는 의사 결정권자가 원하는 결과물을 명확히 그리고 있는데도 그것에 대해 설명하지 않아서, 이른바 '내 마음을 맞춰봐'가 시작됩니다. 눈치 빠른 조직원이라면 의사 결정권자의 생각을 알아내기 위해 집요하게 질문을 한 뒤 업무를 시작하겠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그가 원하는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무의미한 피드백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양쪽이 모두 지치고 시간도 크게 낭비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사 결정권자가 자신이 명확히 원하는 결과물이 있을 때, 그것의 모습이 그렇게 되어야 하는 이유와 함께 명확히 설명하면서, 위에서 언급한 3단계 과정 중에서 설득을 진행해야 합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의사 결정권자가 자신이 원하는 결과가 무엇인지 모를 때입니다. 업무의 결과물이 어떻게 나와야 옳은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로, 최악의 상황에는 조직원이 어떤 결과물을 가져와도 피드백을 주지 않고 멈춰있거나, 두루뭉술한 피드백을 주고 되돌려 보냅니다. 이렇게 되면 결국 많은 시간을 허비할 뿐만이 아니라, 조직원은 마치 안개 속을 떠도는 것 같은 기분을 느껴 좌절합니다.
이 경우, 의사 결정권자는 자신의 욕심을 내려놓고 일임의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조직원의 결과물은 조직이 추구하는 방향과의 일치 여부, 결과물의 위험성 등의 검토만 진행하여, 조직원 결과물의 질적 향상을 목적으로 피드백해야 합니다. 이 순간만큼은 자신이 이 업무에 명확한 방향을 가지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조직원에게 기대야 합니다.
주의해야 할 것은, 조직원의 방향이 명백한 문제가 있지 않은 이상, 갑자기 자신이 추구하는 것이 떠올랐다고 하여, 조직원 업무의 방향을 타당한 이유 없이 도중에 바꿔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새로 생각난 것이 논리적으로 더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면 협의를 거쳐서 조율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이 아니라, 그저 개인의 욕심에 기인한 것이라면, 이것으로 인해 많은 시간을 허비할 뿐만이 아니라, 조직원의 내재적 가치를 크게 훼손하여, 서로의 신뢰를 무너뜨립니다.

의사 결정권자는 자신의 행동 하나로
많은 조직원의 퍼포먼스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합니다.


5. 마치며

  수많은 피드백을 받고, 또 피드백을 전달해왔던 제 경험을 비추어 보면, 가장 중요한 것은 두 가지인 것 같습니다. 내가 이 피드백을 받았다면 나 자신은 납득할 수 있을지, 나 자신의 욕심을 채우고자 더 좋은 방향을 무시하고 있진 않은지. 이제까지 언급한 것은 모두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근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의사 결정권을 가진 조직의 리더들은, 자신의 피드백으로 인해서 조직의 퍼포먼스가 크게 좌우된다는 경각심을 가지고, 자신도 납득하지 못할 피드백을 하지 않도록 피드백 하나하나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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