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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작하기 전에
그동안 리드를 할 때도 하지 않을 때도 여러 팀원과 친분이 있었던 덕분에, 그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많았는데, 특히, 퇴사를 앞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는 그들이 조직을 떠나기로 한 이유에 관해 많이 고민했습니다. 여기에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에서 제가 찾은 열쇠는 바로 개인의 '가치관'입니다.
가치관. 이 단어를 떠올리자마자 문득 떠오른 작품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만화 '베르세르크'입니다. 사람의 꿈과 야망을 다룬 이 만화에서 특히 '꿈의 불씨'라는 에피소드가 이 이유에 대해 잘 표현했다고 느꼈는데, 이 글에서는 이 에피소드에 빗대어서 '가치관에 따른 운영'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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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베르세르크'의 에피소드 중 하나 '꿈의 불씨' '하나하나 작은 불꽃이 여기 모여들었다'는 대사 한 줄에 이 글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모두 담겨 있습니다. |
2. 서로 다른 바램을 담은 불씨
만화 베르세르크의 꿈의 불씨 에피소드를 보면, 주인공 가츠는 이런 말을 합니다.
"저 빛 하나하나. 모두에게 그런 작은 꿈과 바램이 있다..."
지금부터 하려는 이야기를 이해하려면, 이 대사의 배경을 알아야 합니다. 이 만화에서 주인공 가츠는 매의 단이라고 불리는 용병단에 몸담고 있습니다. 이 용병단의 단장은 그리피스라는 인물로, 자신만의 나라를 얻겠다는, 남들과는 다른 원대한 꿈을 가진 야망 있는 인물입니다. 하지만 그런 그의 야망과는 무관하게 단원 개개인은 저마다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피스가 가장 믿는 검이 되고자 하는 캐스터부터, 돈을 많이 벌어서 도시에 가게를 내고 싶은 단원, 성공하여 사랑하는 여성에게 고백하고 싶은 단원도 있습니다.
이것은 현실의 회사 역시 동일합니다. 회사의 구성원이 5명이 되었든 1,000명이 되었든 상관없이 그들 모두는 같을 수 없는 자신만의 가치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회사의 CEO는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회사를 설립하고 싶을 수도 있지만, 그 산하의 구성원 중에는 명예보다는 개인의 삶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가 있을 수도 있고,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도 있을 수 있는 것입니다.
사람에 관한 철학에서 꼭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야기는 바로 세상에 똑같은 사람은 한 명도 없다는 것입니다. 일란성 쌍둥이마저 자라 온 환경에 따라 다른 성향, 가치관을 가지는데, 전혀 유전자와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의 성향이나 가치관이 같기는 어렵습니다. 조직 관리의 핵심은 이 사실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합니다.
3. 동화하지 않는 불씨
이렇게 각자가 추구하는 가치관이 다르지만, 그런데도 조직의 구성원들은 함께 합니다. 베르세르크 만화의 매의 단 단원들이 자신들의 바램을 이루기 위해 그리피스라는 거대한 불에 자신의 꿈의 불씨를 던지는 것처럼, 현실의 조직 구성원들도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꿈의 불씨를 조직이라는 거대한 불에 던져 넣고 함께 가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야 조직이라는 불은 계속 타오를 수 있는 원동력을 얻고, 구성원은 홀로 도달할 수 없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직이라는 거대한 불에 들어간 구성원의 꿈 불씨는 실제 불과는 다르게 거대한 불에 완전히 동화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불씨는 뜨거움을 거대한 불에 전하는 한편, 반대로 거대한 불로부터 뜨거움을 받아들이기도 하여, 조직의 구성원이 열정적으로 일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아무리 일하기 싫고 힘들어도 이를 악물고 버티는 이유는, 바로 그들이 여전히 간직하고 있을 꿈의 불씨를 이루기 위한 것입니다.
비유하자면, 조직은 동화하지 않는 여러 불씨가 모인 거대한 불이면서,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선원들이 모여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배와도 같습니다.
4. 불씨에 맞는 장작
위와 같은 이유로, 리더는 구성원의 가치관을 파악하여 그들이 무엇을 위해 일을 하는지 이해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그들의 가치관에 맞는 업무 분담 및 관리를 해야 합니다.
예를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같은 조직에 편성된 A와 B 구성원이 있습니다. A 구성원은 힘들어도 무언가 새로운 것을 이루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B 구성원은 다르게 돈은 많이 못 벌어도 사생활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일정이 매우 급하지만, 어느 정도 성과가 보장된 업무가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역량을 봤을 때 B 구성원에게 주는 것이 더 적당해 보입니다. 이 업무는 누구에게 배분해야 할까요?
일반적으로 이 업무는 B 구성원의 몫이 됩니다. 리더는 B 구성원에게 맡기는 것이 더 좋은 결과가 날 것이라며 결과 위주로 생각할 것이고, 겉보기에는 이런 결정은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이 결정은 장기적으로 큰 문제를 만들 수 있습니다. A 구성원은 "내가 하고 싶은데, 맡겨주면 열심히 할 수 있는데"라는 불만을 가지고, B 구성원은 "또 야근하라는 거야?"라는 불만을 가집니다. 이것이 계속 쌓이면 A 구성원은 "이곳은 내게 기회를 주지 않는구나"라고 생각하고, B 구성원은 "이곳에서는 내 생활은 못 챙기네"라고 생각하여, 두 구성원 모두 이직을 결심할 것입니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가치관과 업무 상황이 더 적합한 A 구성원에게 일을 맡겨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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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관을 고려하지 않은 업무 배분은 모두에게 고통을 안겨줄 뿐입니다. |
이런 반론이 있을 수 있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사람에게 맡겨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제 생각에는, 이런 반론이 나오는 이유는 바로 '단기적 결과주의'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중은 나중의 일이고 눈앞의 결과를 위해선 이것이 최선이라는 의사 결정 방식입니다. 이런 방식에 의한 업무 배분은 앞서 언급한 구성원의 가치와의 불일치를 제외해도 두 가지 문제가 더 발생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구성원 간의 업무 불균형입니다. 이번에는 B 구성원에게 일을 맡겼습니다. 그렇다면 다음에는 어떨까요? 다음에도 역시 같은 업무 배분이 진행될 것이며, 결과적으로 업무가 계속 B 구성원에게만 몰릴 것입니다. 그럼 B 구성원은 "왜 나한테만 자꾸 일을 줘"라며 불만을 가질 것이며, A 구성원은 "B 구성원만 편애해서 일 계속 주네"라고 생각하여 구성원 간의 불화까지 생길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역량 강화 불균형입니다. 좋은 리더는 구성원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저 구성원은 역량이 떨어지니 이 정도 일만 계속 맡겨야지"라고 생각하는 것은, 구성원을 함께 가는 사람이 아니라 필요에 의한 부품으로 생각하는 것과 같습니다. 구성원은 작업자이기 이전에 꿈을 이루고자 하는 한 명의 개인입니다.
구성원의 가치관과 그에 따른 업무 배분을 고려하지 않던 리더는, 구성원이 떠나겠다고 하면 그 잘못을 그들에게 돌립니다. A 구성원의 사례에는 "네가 역량이 부족해서 나가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B 구성원의 사례에는 "네게 기회를 많이 줬는데 어떻게?"라고 말하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행동할 것입니다. 실제로는 자신의 행동이 잘못이었는데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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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와 리더의 차이 올바른 리더라면 구성원의 가치관을 알고 그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할 것입니다. |
5. 다름을 이해하는 것
앞선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가치관이 다르면 거의 모든 것에 대한 판단 기준이 달라집니다. 그리고 불행히 사람은 자신의 기준을 남에게 강요하는 것이 더 익숙합니다. 이 말이 의미하는 바는, 대부분의 리더가 구성원의 가치관을 이해하기보다는 자신의 가치관을 강요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앞선 A와 B 구성원의 리더가 하나라도 더 많은 업무를 처리하여 많은 성과를 올리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여 일을 거침없이 받는다면 어떨까요?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A 구성원은 이해할 수는 있을 테지만, B 구성원은 리더가 생각 없이 일을 받아온다며 불만을 가질 것입니다. 만약 B 구성원이 불만을 표출했는데, 리더가 그의 가치관을 이해하지 못했다면 그 리더는 B 구성원을 열정이 없다고 평가할 것입니다. 그리고 납득하지 못한 B 구성원은 조직을 떠나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리더는 서로 다른 가치관으로 이루어진 조직이라는 거대한 배를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요? 이 경우, 리더는 자신이 가치관에 근거하여 일을 진행하되, 구성원이 그 가치관에 관해 이해할 수 있도록 대화하는 한편, 리더의 가치가 충족될 때 구성원의 가치도 충족시켜주겠다는 약속을 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 가치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시키는 것입니다. 전달 방식이 "우리 회사의 가치는 이것이니 이렇게 해라"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추구하는 가치는 이것이니 이해를 부탁하고, 이게 잘 되었을 때 너의 가치도 이뤄 주겠다"라는 형태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면 비로소 구성원은 자신이 탄 배가 어디로 항해하는지 이해하고, 그것에 맞춰 돛을 펼치고 노를 저으며 움직일 수 있을 것이며, 비록 리더와 자신의 가치가 다르더라도 그가 결국엔 자신의 가치를 이뤄줄 것이라고 믿고 꿈의 불씨를 보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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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함께할 부부 사이도 가치관 차이로 갈등을 빚는 것이 사람입니다. 사랑하는 사이도 대화를 해야 갈등을 줄일 수 있는데, 하물며 완전한 남이 모이는 회사는 더 많은 대화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
6. 마치며
수많은 조직 관리 관련 이론 중에서도 가치관을 가장 먼저 다룬 것은, 직접 경험한 바에 따르면 조직 관리는 '모든 사람의 가치는 같지 않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회사와 같은 곳에서 조직을 이끈다는 것은, 공적인 책임과 의무를 이야기하기 전에, 저마다 인생을 가진 수많은 개인을 이끄는 사람이 된다는 것을 먼저 깨달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리더가 된 사람들은 자신의 결정 하나하나에 구성원의 삶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댓글
이 주제로 더 많이 써서 책 내주세요... ㅠㅠ
답글삭제헛 그렇게 평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ㅎㅎ
삭제책을 낼 순 없겠지만 여러 주제로 다양한 글 올려볼게요~ ㅎㅎ
레벨일을 하고 , 배워 나가는 입장에서 블로그에 올리는 모든것들이 다 도움이 되네요.
답글삭제정말 감사합니다. 나중에 진짜 밑에서 배워 나가며 일을 하는 계기도 생기면 더더욱 좋겠네요ㅎ
늦었지만 새해복 많이 받으시고, 앞으로 좋은 주제 그리고 글 기대하겠습니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이 블로그가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계속 관리해 나갈 예정입니다. :-)
삭제말씀하신 그런 기회도 오면 좋겠네요! ㅎㅎ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