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프로젝트 세일러

격전의 아제로스 서사의 실패 : 개선 3편

1. 시작하기 전에

  지난 개선 2편에서 우리는 바로크 사울팽(이하 사울팽)에게 실바나스 윈드러너(이하 실바나스)를 대족장 자리에서 끌어 내려야 하는 명분을 부여했습니다. 이번 개선 3편이자 격전의 아제로스 서사의 실패 마지막 편에서는, 명분을 얻은 사울팽이 실바나스의 의도를 밝히되, 그냥 밝히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가 서사를 따라올 수 있도록 적절히 정보를 배치하면서 흥미진진한 긴장감이 돌도록 구성해보겠습니다.

사울팽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2. 퀘스트의 흐름 1편 : 주술사 제칸 성장의 초석

  지난 개선 2편에서는 헬리아와 실바나스의 거래가 명분의 핵심이라고 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기획자만이 알고 있는 이 거래를 어떻게 사울팽과 플레이어가 보게 할 것인지 방법이 중요한데, 여기서 이번 확장팩에서 새롭게 등장한 인물, 제칸에게 역할을 부여하고 그의 성장을 유도하겠습니다.
그런데 이전까지는 과거를 봐야 할 때면 청동용 크로미를 활용했기 때문에, 그런 쉬운 방법이 아닌 제칸을 이용해야만 하는 이유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 크로미를 찾아갔지만 죽음이 다스리는 영역에선 청동용의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부탁을 거절하는 과정을 넣어줍니다. 다른 방법이 필요해진 사울팽과 플레이어 일행. 이때, 주술사 출신 제칸이 세계 어디에나 거니는 존재인 정령에게 물어보자고 제안합니다. 죽음의 영역으로 오가는 통로가 있다고는 하지만, 그 영역에 살고 있는 정령을 불러들이기는 쉽지 않은 일이므로, 우선 사울팽 일행은 대지 고리회 주술사에게 도움을 구하기로 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상처받은 아제로스를 치유하는 일 때문에 부탁을 거절하는데, 행성이 처한 위험에 비하면 진영 간의 전쟁은 작은 일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이 시점에 굳이 대지 고리회 주술사를 만나는 과정을 넣는 이유는, 앞선 크로미의 사례처럼, 반드시 이 역할을 할 주술사가 제칸이어야만 하는 개연성을 만들어주기 위한 것입니다.

사울팽 일행이 두 번이나 거절당한 이 시점이 제칸이 나설 때입니다. 사울팽은 제칸도 주술사이니 정령과 대화를 시도할 수 없는지 묻지만, 제칸은 해보겠다고 하면서도 몹시 자신 없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렇게 자신 없는 모습을 지속해서 보여주다가, 갈수록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죽음의 영역 입구에 도달한 일행. 제칸은 그곳의 정령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당연히 이 시도는 실패합니다. 중요할 때 도움이 되지 못하는 자신의 실력을 한탄하는 제칸. 사울팽은 아무래도 그에게 스승이 필요할 것 같다고 이야기하고는, 잠시 어디론가 떠났다 올 테니, 플레이어와 제칸에게 다시 부를 때까지 조용히 지내라고 합니다.

시네마틱 무비에도 등장했으나 이렇다 할 역할을 하지 못한 제칸
그의 성장을 조명하면서 매우 중요한 임무를 역할을 부여하겠습니다.


3. 퀘스트의 흐름 3편 : 스랄의 복귀

  이제 플레이어는 사울팽이 누구를 데리고 올 것인지 몹시 궁금할 텐데, 제칸의 성장을 도와줄 이 인물은 바로, 한 때 호드의 대족장이자 세계 주술사라고 불리었던 오크, 스랄입니다. 이야기가 플레이어에게 잘 전달되었다면, 많은 플레이어가 사울팽이 데려올 만한 주술사 스승으로 스랄을 떠올렸을 것이며, 마침내 그가 등장하는 영상이 공개되었을 때 "역시 스랄이지!"라며 열광했을 것입니다.

스랄은 처음에는 거절해야만 하며, 이어서 그가 호드로 돌아오도록 하기 위해 설득하는 여정을 그려 줍니다. 이 과정이 필요한 이유는, 그가 대족장과 세계 주술사로써의 역할을 뒤로 하고 은거하기로 한 결정이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님을 보여주면서, 그가 호드로 돌아오기로 한 결심이 얼마나 큰 결단이었는지 보여주기 위한 것입니다. 끈질긴 설득과 함께 그저 호드를 위해 제칸에게 나아갈 길만을 알려 달라는 사울팽의 간곡한 부탁에 스랄은 결국 제칸의 스승이 되기로 합니다. 이후, 스랄의 도움으로 제칸이 훌륭한 주술사로 성장하는 짧은 과정을 그려줍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이 끝나고 마침내 다시 한번 죽음의 영역의 입구로 가면, 이번에는 제칸이 스랄의 도움으로 그 영역 내에 있는 정령을 불러내는 것에 성공하는 것이죠.

이렇게, 그동안 특별한 비중이 없었던 제칸에게 중요한 역할을 부여해주면서, 스랄이라는 인물이 왜 호드로 돌아와야만 하는 이유, 그리고 새롭게 등장한 제칸의 성장까지 한 번에 묶어 서사를 전달해봤습니다.

시네마틱 영상을 통해 스랄이 극적으로 등장했지만,
결과적으로 기존 서사에서는 이렇다 할 역할을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그에게 명확히 제칸의 스승이라는 역할을 부여했습니다.


4. 가로쉬와 실바나스의 차이

  이제 제칸의 도움으로 정령을 통해 사울팽과 플레이어 일행은 실바나스가 헬리아와 나눈 대화를 직접 목격하도록 구성합니다. 이때, 가시의 전쟁으로 실바나스가 이루려 하는 목적 중 하나를 밝혀줍니다. 바로 수많은 영혼을 보내 굶주린 어둠을 포식하게 하는 것이죠(격전의 아제로스 대장정 최종장에서 밝혀진 사실). 이제 일행은 그녀가 호드를 위해 전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더 많은 죽음을 일으키기 위해서 전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제 사울팽은 실바나스를 몰아내야 한다는 확실한 명분을 얻었으며, 플레이어는 앞서 그녀에 대해 학습했던 것을 바탕으로, 그녀가 자신의 생존을 위해 가시의 전쟁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했을 것입니다.

드디어 모든 준비가 끝났으니 본격적으로 실바나스의 의도를 드러내고 그녀를 대족장 자리에서 끌어내릴 순서입니다. 중요한 것은 많은 플레이어가 걱정하는 것처럼 그녀가 제2의 가로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가로쉬와 실바나스, 둘의 가장 큰 차이는 그들을 따르는 호드입니다. 종족 차별주의로 무장했던 가로쉬와 그 무리와는 달리, 실바나스의 호드는 그녀가 호드를 위하고 있다고 생각하여 따르고 있습니다. 즉, 실바나스의 추종자들은 처단의 대상이 아니므로, 실바나스의 의도를 드러내서 추종자들이 속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것을 어떻게, 얼마나 잘 전달하는지에 따라 이 서사의 감동 크기가 달라질 것입니다.
이 이야기 역시 잘 전달하기 위한 도구가 필요한데, 여기서 제가 선정한 도구는 총 3가지, 사건으로는 바인 구출 작전나즈자타의 등장이며 인물로는 게야라입니다.

바인이 배신했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실바나스
그녀의 모든 행동은 호드를 위한 것이라고 포장되고 있으므로,
단순히 그녀를 악으로 선포하고 끌어내릴 수는 없습니다.


5. 퀘스트의 흐름 4편 : 호드의 분열 표출 -게야라-

  게야라. 그녀는 격전의 아제로스에서 새로 합류한 마그하르 오크의 수장이지만 어떤 중요한 역할이 없이 버려진 인물입니다. 다만, 주목할만한 점은 바인이 잡혀갔을 때 대부분의 수장이 실바나스가 지나치다고 이야기를 했던 반면, 그녀는 실바나스가 대족장다운 면모를 보였다며 칭찬했다는 것입니다. 이 점을 활용하여 그녀를 실바나스를 따르는 호드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변자의 역할을 부여하겠습니다.

이야기는 바인 구출 작전, 즉, 바인이 데렉 프라우드무어(이하 데렉)를 풀어준 죄로 투옥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그를 구출하기 위해 사울팽이 플레이어, 스랄과 함께 오그리마 지하로 들어가며, 이 와중에 얼라이언스를 만나 함께 행동하는 것까지는 기존과 동일합니다. 이제 바인을 찾아 그를 해방하기 위해 전투를 하는 부분에 두 가지를 변경하겠습니다.
첫 번째는 게야라의 등장입니다. 그녀를 통해 처음으로 실바나스가 극단적이긴 해도 그녀의 행동이 호드를 위한 것이라는 믿는 이들이 있음을 알리겠습니다. 두 번째는 제이나 프라우드무어(이하 제이나)의 마법으로 호드 플레이어를 얼라이언스로 변장시키는 것입니다. 게야라가 호드 플레이어의 반역을 목격한다면 이후의 많은 사건이 뒤틀리게 되므로 알아보지 못 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 이제 주요 인물 셋이 대면합니다. 서로 평행 세계의 다른 자신인 스랄과 게야라 그리고 사울팽이죠. 게야라는 소문으로만 들었던 전설적인 대족장이 반역자뿐만이 아니라 얼라이언스와 함께 있는 것을 보고 크게 실망하며 격분합니다. 이때, 가장 먼저 게야라를 말리는 것은 그녀의 또 다른 자신인 스랄입니다. 그는 호드가 원래 돼야 했던 모습에 관해 이야기하며, 그녀가 알고 있는 호드는 진정한 호드가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진정한 호드가 무엇인지 알 방도가 없는 게야라는 설득되지 않습니다. 그녀가 처음 경험한 호드는 현재 실바나스의 호드이며, 그녀가 보기엔 극단적이긴 해도 호드에 승리를 가져오려 하는 실바나스보다, 적과 손을 잡고 반역자를 풀어주려 하는 스랄과 사울팽이 더 나빠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대화는 결렬되고 전투가 벌어집니다.

결국 바인은 구출되고 아직 이 중 누구도 죽음을 맞이하진 않지만, 이 사건을 통해서 플레이어는 실바나스를 따르는 호드가 나쁜 이들만 있는 것은 아니며, 그들도 호드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게야라'를 통해 알게 됩니다.

평행 세계의 스랄이라는 것이 밝혀지며 많은 기대를 받았으나,
정작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던 게야라.
그녀는 이제 실바나스에게 속고 있는, 그녀를 믿는 이들을 대변합니다.


6. 퀘스트의 흐름 5편 : 호드의 분열 표출 -나즈자타-

  다음은 나즈자타입니다. 바인 구출 중 게야라와의 충돌이 맛보기였다면, 이번에는 위기 수준의 충돌을 보여줄 것입니다. 우선 기존 서사와 동일하게 실바나스가 호드 함대에게 자살이나 다름없는 작전을 실행하도록 합니다. 바로 소규모 호드 함대로 대규모 얼라이언스 함대를 유인하는 것이죠. 물론 실바나스가 호드를 희생하여 나즈나타 사건을 벌이려 한다는 것은 나타노스 블라이트콜러(이하 나타노스)를 제외하면 아무도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그녀의 진의를 사울팽 일행이 추측하고 있다는 주요한 변경 사항을 만듭니다.

함대 수가 압도적으로 적음에도 불구하고 출격하려는 모습을 본 사울팽은, 전투가 벌어지면 패배할 것이 뻔한 자살 행위를 무리하게 추진하는 모습을 보며, 더 많은 죽음을 일으켜야 하는 실바나스가 호드를 희생양으로 무언가를 꾸미고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사울팽 일행과 플레이어는 급히 줄다자르로 가서, 출항 전날 밤에 호드 선원들에게 출항해선 안 된다고 경고하기로 합니다. 사울팽과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을 숨겨야 하는 플레이어는 출항 대상자로서 숙소에서 대기하기로 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숙소에 사울팽과 스랄이 나타나자 호드 선원들은 동요합니다. 그를 반기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배반자가 여기가 어디라고 나타났냐며 욕하는 이도 있음을 보여주어 호드가 분열되어 있음을 시사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사울팽과 스랄의 호소.
그러나 호소가 끝나기 전에 익숙한 목소리가 숙소 안으로 들어옵니다. 바로 게야라입니다. 그녀는 사울팽은 얼라이언스와 손을 잡고 호드 일원을 죽여 반역자 바인을 풀어준 배반자라며,  그의 말은 들을 가치가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자 점차 게야라의 말에 동조하는 호드 선원들. 게야라는 분위기가 역전되자 배반자를 처단하라 지시합니다. 전투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하는 제칸. 그러나 스랄은 이들도 모두 호드의 자녀들이라며 죽여선 안 된다고 합니다. 일촉즉발의 긴장의 상황, 플레이어도 입장 때문에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있을 때, 갑작스럽게 연막탄이 터집니다. 바로 SI:7의 단장 마티아스 쇼(이하 마티아스)가 등장하여 이들을 구출한 것입니다. 안두인 린(이하 안두인)이 사울팽이 죽지 않도록 지켜보라 지시했던 것이죠. 그렇게 설득은 실패로 돌아가고 호드와 얼라이언스는 나즈자타에 추락하며, 사울팽은 이 소식을 듣고 자신이 설득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며 크게 한탄합니다.

여기까지 오면, 플레이어는 "호드가 분열되어 있으며, 실바나스를 따르는 이들을 처단할 수도 없고, 설득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학습합니다. 그리고 사울팽이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 지에 대한 궁금증으로 서사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상승합니다.

나즈자타 사건은 나가의 습격을 넘어서,
사울팽의 첫 번째 실패와 호드의 분열 상태를 상징하는 사건으로 변화합니다.


  기존 서사 전개상, 이 시점이 오면 이제 호드와 얼라이언스가 연합하여 아즈샤라를 공격하기 전에, 두 진영이 연합할 수 있도록 실바나스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이 부분을 기존 서사의 큰 틀을 유지하는 선에서 사울팽의 죽음을 이용하여 개선해보겠습니다. 여기서 제가 의도하는 것은 네 가지입니다.

- 첫 번째, 호드의 분열을 더 절정에 이르게 하여, 사울팽이 막고라에서 오그리마에 있는 이들을 보고 "저들도 호드라네"라는 대사를 했을 때, 플레이어의 심금을 강하게 울리는 것입니다.

- 두 번째, 실바나스가 사울팽을 죽음의 힘으로 쓰러뜨렸을 때 개연성이 느껴질 수 있도록 그녀의 힘을 조명하는 것입니다.

- 세 번째, 실바나스가 목적을 위해선 무엇도 개의치 않는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줄 수 있도록 그녀의 비열함을 조명하는 것입니다.

- 두 번째, 막고라에서 너무 허무하게 사망했던 사울팽의 죽음을 더 극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것입니다.


7. 퀘스트의 흐름 6편 : 얼라이언스와의 갈등

  첫 번째부터 세 번째 의도를 달성하기 위해서 새로운 도구로 얼라이언스를 활용하겠습니다. 실바나스를 따르는 이들이 나쁜 이들이 아니라 호드의 일원임을 보여주면서, 실바나스의 비열함과 죽음의 힘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그들을 동시에 위험에 빠뜨릴 필요가 있는데, 이 역할은 실바나스에게 가장 큰 원한을 가지고 있을 얼라이언스, 특히, 그녀에 의해 고향이 불타 없어진 말퓨리온 스톰레이지(이하 말퓨리온)과 티란데 위스퍼윈드(이하 티란데), 겐 그레이메인(이하 겐)이 적절합니다.

이 세 명의 얼라이언스 수장은 한창 포세이큰과 얼라이언스의 전투가 계속되고 있는 어둠 해안에서 실바나스를 암살할 계획을 세웁니다. 방법을 모색하던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인물이 하나 등장하는데, 그녀는 알레리아 윈드러너(이하 알레리아)입니다. 동생의 극단적 행보를 더는 지켜볼 수 없었던 그녀는, 친언니인 자신이 나서서 일을 해결해야 한다 생각합니다. 개선 1편에서 실바나스에 대해 조사한 바 있는 알레리아는 전쟁에 감춰진 그녀의 진짜 의도를 알고 있다는 것을 미끼로 실바나스를 어둠 해안으로 유인하여 습격할 계획을 세우고는 국왕 안두인의 동의를 얻으러 갑니다.
그러나 사울팽의 목적을 알고 있는 안두인은 허가하지 않습니다. 이 작전이 성공하여 혹시라도 실바나스가 명예로운 죽음을 맞이한 대족장이 되고, 그것이 얼라이언스의 손에 의해 이뤄진다면, 그녀를 따르던 호드가 들고 일어서 평화는 더 요원해지리라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의 이런 판단은 옳은 것이지만, 이미 복수심에 집어 삼켜졌으며, 그동안 안두인의 미온적 행보에 불만을 품어왔던 티란데는 알레리아를 설득하여 안두인 몰래 일을 진행하기로 합니다.

밤 전사로 각성하면서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보였던 티란데.
그러나 그녀 역시 격전의 아제로스 전체를 통틀어서 보면,
이렇다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지 않았습니다.

호출을 받고 코르크론(호드 대족장의 근위대)과 함께 어둠 해안으로 향하는 실바나스. 대족장인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따라나선 이 코르크론이 앞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민감한 정보를 가진 적을 만나러 가는데 굳이 코르크론을 데려가는 실바나스의 목적은, 그들을 희생양으로 사용할 생각이기 때문입니다. 

이 소식을 접한 사울팽과 안두인 역시 접하고 플레이어와 함께 서둘러 현장으로 출발합니다. 그들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실바나스 일행이 포위되어 습격이 시작되기 직전의 상황으로 설정합니다. 이제 이 시점부터 전개가 매우 중요합니다. 먼저 코르크론이 실바나스에게 자신들이 적을 저지할 테니 그 틈에 빠져나가라고 합니다. 실바나스는 건성으로 충성심을 칭찬하는 듯하며 서둘러 빠져나갑니다. 이때 그녀를 위해 목숨을 버리지 말라며 사울팽이 코르크론을 설득합니다. 한때 자신들의 대장이었던 사울팽의 등장으로 동요하는 코르크론. 그러나 그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대족장을 지키는 것이 자신들의 임무이며, 실바나스는 자신들이 지켜야 할 대족장이라 말하며 사울팽의 설득을 거절합니다.
그리고 코르크론을 향해 달려드는 얼라이언스... 그런데 그때 어딘가에서 '휘잉'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코르크론과 늑대인간에게 역병통이 떨어집니다. 실바나스가 처음부터 습격을 예상하고 코르크론을 희생양으로 한 반격을 준비한 것입니다. 경악하는 플레이어 일행. 특히 사울팽은 실바나스가 이번에도 호드를 기꺼이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사실에 분노를 터트립니다. 이로써, 실바나스를 따르는 호드가 있다는 사실과 그녀가 승리를 위해 얼마나 잔인하고 비열한 일을 벌이는지에 대해 조명했습니다. 또한 사울팽은 두 번째 실패를 맛보았습니다.

이어서 도주한 실바나스를 추격한 플레이어 일행은, 실바나스가 티란데와 대적하고 있는 장면을 목격합니다. 알 수 없는 힘을 사용하며 밤 전사가 되어 막강한 힘을 휘두르는 티란데에게 대등하게 맞서는 실바나스. 일행은 그 장면을 보고 그녀가 전과 달리 어떤 막강한 힘을 손에 넣었음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겐을 구하고 뒤늦게 합류한 말퓨리온이 드루이드의 힘을 부리자 당황한 실바나스가 서둘러 그 자리를 도주합니다. 강력한 힘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전쟁 초반에 실바나스가 말퓨리온에게 당했던 것을 기억해낸 사울팽은, 그녀의 힘에 약점이 있음을 깨닫습니다. 이로써, 플레이어는 실바나스가 알 수 없는 강력한 힘을 휘두른다는 사실과 함께, 그 힘에 약점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이제 플레이어는 실바나스를 따르는 이들이 아직 얼마나 충성스러운지, 실바나스라는 인물이 얼마나 잔인하고 비열해질 수 있는지 알게 되었으며, 그녀가 강력한 힘을 휘두르고 있지만, 거기에는 약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거듭된 실패를 맛본 사울팽은 극단적인 방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호드의 대족장 근위대 코르크론
코르크론 거절과 희생은 실바나스의 처단이 얼라이언스에 의해 진행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에 대한 복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8. 퀘스트의 흐름 7편 : 실바나스의 의도 드러내기

  이제 우리는 사울팽과 실바나스 이야기의 마지막을 남겨 두고 있습니다. 바로 사울팽이 실바나스의 의도를 드러내는 부분이지요. 게야라와 관련된 사건들, 코르크론의 거절과 희생으로 사울팽은 이제 말로 호드를 설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론 내립니다. 조금 더 대담하고 강단한 방안이 필요합니다. 바로 오그리마 앞으로 나아가 실바나스에게 막고라를 신청하는 것입니다. 사울팽은 지금까지 밝혀낸 사실을 폭로하여 실바나스의 정신을 흔든 뒤, 그녀를 궁지에 몰아넣는다면, 호드 전체가 지켜보고 있다고 해도 죽지 않기 위해 비열한 본색을 드러내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계획에 허점을 지적하는 스랄. 알 수 없는 힘을 휘두르는 실바나스를 몰아넣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이때 안두인이 말퓨리온으로부터 받은 씨앗 하나를 사울팽에게 건넵니다. 이 일에 얼라이언스가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안두인은, 사울팽을 돕기 위해 말퓨리온을 설득하여 이 씨앗을 얻었습니다. 자연의 힘이 담긴 이 씨앗은 사울팽의 도끼를 휘감아서 죽음의 힘을 막아주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제칸이 사울팽을 말립니다. 실바나스를 궁지로 몰아넣는다면 그녀가 어떻게 나올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 사실상 이 작전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습니다. 그러나, 사울팽은 명예와 호드의 존재 의의를 이야기하며 제칸을 설득합니다. 스랄과 함께 진정한 호드를 이어가 달라는 사울팽. 이 연출은, 사실상 제칸이 사울팽의 후계자임을 의미하면서, 죽음을 각오하고 나아가는 사울팽의 결심을 플레이어에게 더 깊이 있게 전달합니다.

격전의 아제로스에서 사울팽의 조력자로 활약한 제칸
죽음을 각오한 사울팽의 의지를 이어갈 인물로 가장 제격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시작되는 막고라.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사울팽이라는 호드 전사의 마지막을 극적이고 명예롭게 장식할 수 있도록 시네마틱 영상에 두 가지를 변경하겠습니다.
첫 번째는 분열된 호드의 모습입니다. 막고라 초기에 오그리마 성벽 앞으로 사울팽이 걸어올 때, 오그리마 호드의 아유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오그리마 성벽을 보며 씁쓸함과 일이 잘 풀리길 기도하는 간절함이 담긴 슬픈 표정을 짓는 사울팽. 이제까지 우리가 열심히 닦았던 호드 분열이라는 초석이 열매를 맺는 장면으로, 플레이어는 이 장면을 보고 자신을 욕하는 호드를 위해서 목숨을 버리려는 사울팽에게 더 강하게 이입합니다.
두 번째는 막고라 전개입니다. 실바나스가 죽음의 힘으로 사울팽을 공격하는 부분에서, 말퓨리온에게 받은 씨앗이 빛을 발하자, 실바나스의 힘이 약해지면서 그녀가 당황하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이후, 사울팽이 그녀의 실체를 낱낱이 고발하면서 전투도 압도적으로 몰아붙이는 장면을 연출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실바나스가 "호드는 아무것도 아니야!"라는 대사를 하게 되고, 사울팽이 성공했다는 표정을 지으며 달려들려는 찰나에 어디선가 날아든 화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던 나타노스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거기에 이어서 나타노스 손을 들자, 곳곳에 숨어 있던 어둠 순찰자들이 등장하여 화살 세례를 퍼붓습니다. 이 화살들에 사울팽의 도끼에 부여된 씨앗이 파괴되고 이 틈을 노린 실바나스가 그간 분노를 터트리며 죽음의 힘으로 사울팽을 죽입니다. 그리고 기존과 같은 형태의 마무리......

이렇게 하면 실바나스의 비열함과 명예라고는 조금도 상관하지 않는 성향이 한층 더 조명되면서, 동시에 사울팽의 패배가 "원래라면 지지 않았을 텐데 비열한 수법 때문에 진 것이다"라는 것이 되면서 진한 안타까움과 그의 전사로서의 명예가 지켜집니다.

바로크 사울팽의 장례식
사울팽이라는 인물과 함께 행동하면서 그의 고뇌를 지켜봤기 때문에,
플레이어에게 이 장례식은 전과 다른 의미를 가질 것입니다.

9. 마무리하며

  격전의 아제로스에서는 이후부터 느조스에 관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사실 느조스와 아제로스의 심장 스토리도 문제가 많지만 거기까지 들여다보았다가는 격전의 아제로스 전체를 건드려야 하므로, 격전의 아제로스 서사 분석과 개선은 이 글을 마지막으로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결국 전체적으로 봤을 때, 누차 언급했던 것처럼 격전의 아제로스 서사 실패의 핵심은 스토리텔링의 실패라고 생각합니다. 블리자드가 내부적으로 개연성을 잘 맞췄다고 생각하고 전개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개연성 유무를 논하기에 앞서, 그것을 논할 수 있을 정도로 서사가 충분히 플레이어에게 전달되지 못했습니다. 서사학 강의에서 서사(Narrative)는 '말한다'라는 뜻뿐만 아니라 '이해한다'라는 뜻에서도 파생된 것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를 전달하는 사람은 자신이 하려는 이야기가 잘 전달되어 이해되고 있는지를 신경 써야 할 것입니다.


※ 참고 자료

1. 서적
ㆍ서사학 강의 (H. 포터애벗)

2. 게임
ㆍ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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