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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작하기 전에
개선 1편에서는, 실바나스 윈드러너(이하 실바나스)라는 인물을 플레이어에게 전달했습니다. 이제 이 게임이 다음으로 해야 하는 이야기는 이 전쟁 뒤에 숨겨진 그녀의 진짜 의도를 드러내는 것입니다. 실바나스의 이야기가 서사 전개를 위한 바탕이라면, 이번 글에서 이야기할 것은, 격전의 아제로스의 진짜 서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궁극적인 목적은 실바나스가 "호드는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외쳤을 때, 플레이어가 당황하는 것이 아니라 "드디어 정체를 드러냈구나!"라며 통쾌함을 느끼도록 하면서 사울팽의 죽음을 더욱 안타까워 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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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드는 아무것도 아니야! The Horde is nothing! |
2. 계획 수립
전혀 스토리텔링을 하지 않았던 실바나스와 달리, 가시의 전쟁 의도를 밝히는 이야기는 그것을 전달하려는 블리자드의 시도가 있었습니다만, 플레이어에게 잘 전달되지 못했습니다. 이 시도는 바로 바로크 사울팽(이하 사울팽)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처음부터 실바나스에 대치하는 인물로 그려졌지만, 죽기 전에 '운 좋게' 의도를 밝힌 것(서사에서 그가 의도를 알고 있다는 복선을 제공하지 않았습니다)을 제외하면, 그다지 의미 있는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한 인물은 그뿐만이 아니라, 그의 서사에 등장했던 대부분 인물, 예를 들면, 제칸, 스랄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사울팽과 그의 주변 인물이라는 도구를 활용하여, 퀘스트의 형태로 가시의 전쟁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전달할 이야기 : 가시의 전쟁 뒤에 숨겨진 실바나스의 의도
- 이야기 전달 형태 : 퀘스트
- 전달 인물 : 바로크 사울팽, 제칸, 스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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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중이 있을 것처럼 시작했으나, 플레이어에게 유의미하게 다가가지 못했던 사울팽 |
3. 사울팽의 명분
사울팽에게 실바나스의 의도 드러내기라는 사명을 부여하기 전에, 그의 명분을 먼저 고려해야 합니다. 그가 긴 여정 끝에 역할을 완수했을 때, 플레이어가 그에게 이입하고 감동하려면 그들이 그의 명분에 동조해야 합니다. 대족장을 끌어 내려야 하는 그의 상황상, 납득할 수 있는 명분이 없다면 결국 그는 반역자, 그 이상은 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우선 사울팽과 실바나스의 갈등에 대해 자세히 살펴봐야 하는데, 제가 판단하기에 두 인물의 갈등의 근원은 호드의 정체성입니다. 사울팽에게 호드는 운명 공동체이자 가족으로, 생존하기 위해 함께 행동하는 이들입니다. 반면에 실바나스의 경우, 생전부터 자신의 순찰대원을 화살 정도로 생각했던 그녀에게, 호드는 그녀의 생을 연장하기 위한 도구일 뿐입니다. 얼라이언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고자 하는 이유도 역시 자신의 생존을 위한 것입니다.
특히 사울팽의 입장은 호드 전체의 생각을 대변합니다. 호드에 속한 종족 대부분이 혹독한 아제로스에서 살아남기 위해 합류한 이들로, 이들은 서로를 운명 공동체로 인식합니다. 즉, 현재 실바나스의 생각은 호드 전체와 반대되는 것이지만, 이것이 대족장인 그녀가 모든 것은 호드에게 승리를 안겨주기 위한 것으로 포장하면서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이 포인트는 향후 매우 중요한 스토리텔링 도구가 되므로 꼭 기억해야 합니다.
정리하자면, 사울팽의 명분은, "실바나스가 호드를 자신의 삶을 연장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고 있으며, 그녀는 대족장으로써 자격이 없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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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바나스와 사울팽의 대립 그것은 실바나스와 호드 전체의 가치와의 대립을 상징합니다. |
4. 명분의 근거
명분만 있으면 사울팽은 실바나스를 대족장 자리에서 끌어내릴 수 있을까요? 물론 그렇지 않습니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아직 그녀가 그래도 호드를 위하고 있다고 믿는 이들의 눈을 뜨이게 만들 수 있는 명백한 근거가 필요합니다. 이 근거는 호드 전체뿐만이 아니라 사울팽도 실바나스를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하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저는 명분의 근거로 두 가지를 준비했습니다. 하나는 앞선 개선 1편에서 확인했던 세 번의 죽음과 나머지는 군단 확장팩에서 등장했던 헬리아와 실바나스의 거래입니다.
세 번의 죽음은 그 자체가 핵심 근거는 아닙니다. 죽음에 대한 공포가 생겨서 호드를 도구로 쓴다는 주장은 그녀의 심리에 대한 추측에 지나지 않으며, 모든 호드 구성원에게 그녀의 과거를 보여줄 방법도 없기 때문입니다. 대신, 이것은 실바나스가 헬리아와의 거래를 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사울팽과 우리가 납득할 수 있는 심리의 초석을 만듭니다.
반면, 헬리아와 실바나스의 거래는, 그녀가 불미스러운 존재와 거래했다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비록 게임에서는 이 거래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번 글에서는 이 거래 내용이 '실바나스가 대족장이 된 것은, 그녀에게서 가능성을 본 죽음의 존재에 의한 것이며, 그녀가 원하는 발키르를 지배할 힘을 주는 대신, 그 존재를 위해 가능한 많은 죽음을 일으켜라'는 것으로 가정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밝혀진 복선을 보면, 어둠땅에서 밝혀진 그녀의 조력자, 간수가 많은 영혼을 원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정리하면, 명분의 근거는 실바나스가 자신의 생을 연장하기 위해서 죽음의 존재와 거래를 했는데, 그 거래 내용은 많은 죽음을 일으켜야 한다는 것이었고, 그녀는 이 일을 위해서 가시의 전쟁을 일으키고 호드를 화살처럼 사용하고 있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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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아와 거래하는 실바나스 |
5. 명분 부여
이제 사울팽에게 앞선 근거를 자연스럽게 전달하여, 그가 이것을 무기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사울팽을 설득하는 동시에 그를 지켜보고 있을 플레이어 역시 설득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퀘스트의 시작 시점은, 사울팽이 스톰윈드 지하감옥을 탈출하고 어둠 추적자의 추격을 처음 따돌린 시점으로 하겠습니다. 현재 게임에 구현된 것 기준으로 이 시점부터 사울팽의 이야기가 끊기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할 일은, 실바나스가 죽음의 존재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전달하는 것입니다. 먼저 제칸의 주선으로 바인 블러드후프(이하 바인)가 플레이어와 함께 사울팽을 찾아옵니다. 그 다른 퀘스트를 통해서 볼진에게 속삭인 존재가 로아가 아닌 죽음의 존재라는 것을 밝힌 인물입니다.
우선 계속되는 어둠 순찰자의 추격에 사울팽과 제칸, 그리고 플레이어가 위기에 빠지도록 퀘스트를 구성합니다. 그리곤 전투가 불리하게 전개되는 와중에 제칸에게 사울팽의 소식을 듣고 온 바인이 급하게 전투에 개입하면서 사울팽과 바인이 재회하도록 구성합니다. 이렇게 구성하는 이유는, 그저 사울팽이 호출하여 바인이 등장했다면 대화만으로 구성된 재미없는 퀘스트가 되기 때문에, 게임성과 서사 전개의 재미, 바인의 극적인 등장 등을 만들기 위한 것입니다.
전투가 끝나자, 바인은 사울팽에게 갈수록 심해지는 실바나스의 극단적 행보와 죽음의 존재에 대해 알아낸 사실을 전합니다. 이때, 젊은 트롤 제칸은 호드가 실바나스의 손에 놀아나고 있다고 생각하여 분개합니다. 이것은 아직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그의 모습을 보여주어, 성장 이야기의 초석으로 삼기 위한 것입니다. 사울팽은 반대로 실바나스가 죽음의 존재와 손을 잡았다는 증거가 없으며, 극단적이긴 하지만 그녀 역시 호드의 승리를 원하므로, 아직 그녀를 따르는 호드가 많아 그녀를 쉽게 끌어내릴 수 없다며 제칸을 진정시킵니다. 이것은 연륜이 있는 사울팽이 사건을 객관적으로 보는 역할을 하는 것과 동시에, 향후 그가 퇴장하기 전까지 제칸의 스승 역할이 되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 지점에서 플레이어에게 전달되는 정보는 아래와 같습니다.
- 사울팽과 제칸이 실바나스의 의도를 밝히는 주역이다.
- 실바나스의 행동이 호드를 위한 것으로 생각하여 따르는 자들이 많다.
- 실바나스를 대족장 자리에 앉힌 것은 로아가 아닌 죽음의 존재이다.
쉽게 정리하면,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사울팽과 제칸이 실바나스와 죽음의 존재 사이의 관계를 밝힌 뒤, 그녀를 따르는 자들의 눈을 뜨이게 하여 그녀를 끌어내릴 것이다'라고 인지할 것입니다. 지금부터는 매우 긴 서사를 진행하게 되므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우리는, 플레이어에게 정보를 어디까지 제공했는지, 너무 적게 혹은 너무 많이 제공하진 않았는지 지속해서 검토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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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바나스를 대족장이 되도록 속삭인 존재를 조사하는 바인 블러드후프 |
정보 제공을 마친 바인은, 어둠 순찰자에게 계속 쫓기고 있는 사울팽의 사정을 듣고는, 자신이 미리 연통해둘 테니 실버문으로 가서 로르테마르 테론(이하 로르테마르)를 만날 것을 제안합니다. 그는 개선 1편에서 플레이어와 함께 실바나스의 과거를 조사했던 인물이며, 호드의 원로 구성원 중 실바나스의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믿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이후, 실버문 입구에서 재회하는 사울팽, 제칸, 플레이어는 제칸의 주술을 이용해서 비밀리에 실버문 내에 있는 로르테마르와의 접선 장소로 이동하는데, 이 과정을 잠입 퀘스트의 형태로 구성합니다. 이렇게 구성하는 이유는 이 역시 단순히 로르테마르가 사울팽의 호출을 받고 오는 것으로 구성한다면 서사의 재미가 떨어지며 사울팽이 필요하면 아무나 부를 수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위기에 처한 사울팽의 상황을 조명하면서도 서사 자체의 재미, 게임성 등을 챙기기 위한 것입니다.
사울팽이 실바나스의 행보를 멈추도록 하려 한다는 것을 들은 로르테마르는, 그에게 그녀가 몇 번의 죽음을 거치면서 생에 집착하기 시작했으며, 걸림돌인 얼라이언스를 제거하기 위해 호드를 화살촉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실바나스가 호드 일원이 있는데도 역병을 사용했던 것을 언급하며 수긍하는 사울팽과 이번에도 분노하는 제칸. 이 언급으로 플레이어는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특히, 아직 성숙하지 않은 제칸이, 실바나스가 호드를 화살촉처럼 사용하기 위해서 죽음의 존재를 이용해 대족장이 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합니다. 다소 과한 추측이긴 하지만, 실바나스에 대한 순수한 분노의 감정을 가진 제칸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억측이므로 개연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 사울팽.
그와 플레이어가 실바나스에 대한 충분한 심증을 가진 이때가 앞서 명백한 증거라고 언급했던 헬리아와의 거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때입니다. 특히, 플레이어는 이 사건의 일부를 봤던 유일한 목격자이므로, 플레이어가 직접 정보를 제공하게 하여 몰입감을 높입니다. 퀘스트 대화 선택지를 통해 플레이어가 이 사실을 사울팽에게 전달하면, 이제 서사는 그에게 명분을 부여하는 것에서 헬리아와 실바나스가 나눈 거래를 알아내는 것으로 초점이 이동합니다.
다음으로 넘어가기 전에, 이 시점에 플레이어에게 제공한 정보를 한번 정리하겠습니다.
- 사울팽과 제칸이 실바나스의 의도를 밝히는 주역이다.
- 실바나스의 행동이 호드를 위한 것으로 생각하여 따르는 자들이 많다.
- 실바나스를 대족장 자리에 앉힌 것은 로아가 아닌 죽음의 존재이다.
- 실바나스는 여러 번의 죽음을 거쳐 생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 실바나스는 호드를 화살촉처럼 생각하고 있다.
- 실바나스는 죽음의 존재 헬리아와 알 수 없는 거래를 한 적이 있다.
- 실바나스가 호드를 화살촉처럼 사용하려고 죽음의 존재와 거래했을 가능성이 있다.
정보 제공 역할은 호드라면 로르테마르, 얼라이언스라면 알레리아가 되었을 것입니다. |
6. 마무리하며
이제 사울팽이 본격적으로 실바나스의 의도를 밝혀낼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지금부터는 점진적으로 실바나스의 의도를 밝혀내는 것과 동시에, 이제까지 제공한 정보들이 플레이어에게 잊히지 않도록 강화하는 한편, 마지막으로 의도를 밝혀냈을 때 통쾌한 감정과 사울팽에 대한 장렬함을 느낄 수 있도록 초석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 시점부터는 서사 자체의 재미를 확보하기 위한 작업이므로 매우 중요한 곳에 해당하니 글을 여기에서 한번 멈추도록 하겠습니다.
※ 참고 자료
1. 서적
ㆍ서사학 강의 (H. 포터애벗)
2. 게임
ㆍ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댓글
매번 좋은 글 감사합니다. 혹시 빅 메이저 게임이나 캐주얼 게임들의 서사를 풀이하는 내용도 기대해 봅니다.
답글삭제모바일 게임인 에 대한 핫한 한국 인디게임들을 이야기 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답글삭제좋은 생각이네요...! 이것 끝나면 한 번 하나 골라서 시도해봐야 겠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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