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유 링크 만들기
- X
- 이메일
- 기타 앱
1. 시작하기 전에
분석에서는 격전의 아제로스 서사의 문제를 알아봤습니다. 문제를 알았는데 개선하지 않는다면 발전할 수 없으므로, 이번에는 개선 방안을 제시해보려 합니다. 모든 서사를 다 새로 쓸 수는 없으며, 블리자드 내부 문건을 모르는 저희는 정보가 제한되어 있으므로, 가장 큰 문제로 다루었던 실바나스 윈드러너(이하 실바나스)에 대한 이해와 그녀의 의도만 다루겠습니다. 주제나 소재가 아니라 스토리텔링의 개선만 다룰 예정이며, 서사는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관점이 다르므로, 이 글이 반드시 옳다고 할 수는 없음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2. 주제에 관하여
가. 주제 확립
스토리텔링은 서사의 주제를 어떤 도구(사건과 인물)로 어떻게 전달할지의 싸움입니다. 따라서, 개선안을 제시하기 전에 이 서사의 주제가 무엇인지 명확히 해야 합니다. 명확한 주제는 스토리텔링을 구성할 때 이정표가 되어줄 것입니다. 앞서 분석 글에서 언급했던 것을 살펴보면 블리자드가 전달하고자 했던 주제는 아마 이것입니다.
"실바나스가 죽음의 존재와 손을 잡고 어떤 목적을 위해 전쟁을 일으켰다."
또는
"실바나스가 일으킨 전쟁은 사실 호드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나. 계획 세우기
이제 서사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건물을 짓기 전에 청사진을 준비하는 것처럼, 서사의 큰 틀을 짠 뒤 진행해야 적재적소에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우선 주제를 생각했을 때, 플레이어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달해야 하는지 나열해볼 필요가 있는데, 주제를 봤을 때 크게 2가지 줄기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실바나스라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녀의 의도가 더 설득력 있게 전달되려면 그녀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하므로, 그녀가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야기해야만 합니다. 두 번째는 전쟁의 의도입니다. 표면적으로는 그녀가 호드를 위해 영원한 승리를 가져오려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죽음의 존재와 연관된 수상한 구석이 있다고 이야기해야 합니다.
전달할 이야기를 파악했으니 이제 전달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서사는 사건의 연속이며 사건은 인물과 행동, 배경으로 이루어집니다. 즉, 어떤 사건과 인물로 전달할 것인지 결정해야 합니다. 연극을 예로 들면, 배우들과 그들이 서 있을 무대, 연기할 사건이 필요한 것이지요. 관객은 무대에서 연기하는 배우를 통해 사건을 목격하고 주제를 이해할 것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두 이야기 중 실바나스라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만을 다뤄보겠습니다.
![]() |
실바나스에 관해 잘 설명하는 것이 격전의 아제로스 서사 스토리텔링의 핵심 중 하나입니다. |
3. 실바나스 이해하기
철학적인 이야기를 잠깐 하자면, 어느 한 사람을 정의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그가 살아온 인생입니다. 이 세상엔 똑같은 삶을 사는 사람이 한 명도 없기 때문입니다. 실바나스 역시 그녀에 대해 정의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여기서는 그녀의 인생에 대해 전달하려고 합니다. 제가 분석하기로는 그녀의 의도는 그녀의 인생과 밀접하게 관련 있기 때문입니다. 주요하게 다룰 그녀의 삶 속 사건은 총 여섯 개이며, 각각의 사건은 현재의 실바나스라는 인물의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나, 철두철미했던 쿠엘탈라스 순찰대장 시절
실바나스를 구성하는 밑바탕으로, 철두철미하면서 냉혹한 성격 기반을 만듭니다.
둘, 첫 번째 죽음 - 아서스에게 살해된 후 벤시로 부활
실바나스가 극단적인 복수의 화신으로 변화합니다.
셋, 두 번째 죽음 - 아서스 패배 후 얼음왕관에서 투신
삶의 의미를 잃고 투신했다가, 사후 세계를 목격하고 부활합니다. 이때 그녀는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끼는데, 고통받는 아서스를 목격하고 연민의 정까지 일었다는 묘사가 등장합니다. 이 사건이 현재의 실바나스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사건이라 판단합니다.
넷, 세 번째 죽음 - 길니아스 침공 중 고드프리의 배신
승리에 목을 메던 실바나스가 다시 한번 죽음을 경험합니다.
다섯, 군단의 침공 당시, 헬리아와의 거래
실바나스가 죽음의 존재, 헬리아와 거래하여 어떤 등불을 얻은 뒤, 발키르의 수장을 붙잡으려고 했던 사건입니다. 그녀가 발키르에게 집착하는 모습을 극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여섯, 아라시 고원 가족 상봉 중 칼리아 메네실 등장
포세이큰이 변심할 수 있다는 것과 장차 큰 위협이 될 칼리아 메네실을 목격합니다. 실바나스가 자신을 위한 화살촉, 포세이큰이 불안정하다고 생각하는 계기를 제공합니다.
이 사건들로 알 수 있는 실바나스라는 인물의 정체성은 무엇일까요?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제가 이해하는 그녀의 정체성은 죽음 뒤에 찾아오는 공포를 두려워하여 그것을 회피하려는 자입니다. 죽음 뒤 찾아오는 것에 대해서는 위의 사건들 외에도 일부 포세이큰 NPC가 사망하면서 "여왕님 당신이 보셨던 것이 이것이군요"라는 대사를 하는 것과 어둠땅 트레일러에서 "우리 모두를 해방시킬 것이다(I will set us all free)"라고 한 것에서 유추(죽음에 대한 공포에서 해방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했습니다.
플레이어도 이 정체성을 이해해야만 그녀가 격전의 아제로스 내내 승리를 위해 취하는 극단적 행동에 개연성이 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어둠땅의 문을 여는 실바나스 윈드러너 그녀의 행동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려면, 어느 정도의 이해가 있어야 합니다. |
4. 실바나스 스토리텔링
가. 도구 선정 : 방법, 콘텐츠, 인물
이제 이것을 플레이어에게 전달할 서술 방법과 게임 내 콘텐츠를 정해야 합니다. 서술 방법의 경우, 보통 서술 시점에 설명하려는 인물이 개입하게 하지만, 실바나스의 뒤를 조사해야 하는 상황이므로 이 방법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주변 인물(이하 조사자)이 그녀를 조사하면서 플레이어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형태로 진행합니다. 플레이어는 조사자와 동행하며 정보를 얻게 될 것입니다. 게임 콘텐츠의 형태의 경우, 플레이어가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퀘스트 콘텐츠를 사용하겠습니다.
먼저 플레이어와 함께 할 조사자 NPC를 정해야 합니다. 이때 생각해야 하는 것은 개연성입니다. 수많은 인물 중에서 하필 그 혹은 그녀가 조사해야 하는 이유가 필요합니다. 실바나스와 관계가 깊으면서 그녀를 잘 알고 과거를 궁금할 만한 인물이어야, 이야기가 더 깊은 몰입을 만들 것입니다. 또한, 이 게임은 진영이 2개이므로 얼라이언스와 호드 각 1명씩 조사자가 필요합니다.
저는 호드는 로르테마르 테론(이하 로르테마르)를 선정했습니다. 그는 실바나스의 영웅, 나타노스 블라이트콜러(이하 나타노스)를 제외하면, 호드에서 그녀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인물입니다. 실바나스가 실버문 순찰대장으로 있던 시절, 그는 그녀의 순찰대원 중 한 명이었으며 그녀의 추천으로 그의 블러드 엘프 종족이 호드에 가입하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실바나스가 어느 시점에 변하기 시작했다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만한 이도 바로 그입니다.
다음으로 얼라이언스는 알레리아 윈드러너(이하 알레리아)를 선정했습니다. 그녀는 실바나스의 친언니이긴 하지만, 친동생 베리사 윈드러너(이하 베리사)가 아니라 그녀가 되어야 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오랜 기간 실바나스를 지켜봤으며 의구심보다는 연민의 감정이 더 강한 베리사와 달리, 알레리아는 실바나스를 마지막으로 본 뒤 1,000년의 세월이 흘렀을 뿐만이 아니라, 군단 확장팩에서 동생이 원수와도 같은 호드의 수장이 되어있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분노했던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 전달 주제 : 실바나스 윈드러너의 과거 (변화 과정)
- 전달 방법 : 퀘스트
- 인물 1번 : 로르테마르 테론 (호드)
- 인물 2번 : 알레리아 윈드러너 (얼라이언스)
로르테마르 테론과 알레리아 윈드러너 |
나. 퀘스트의 흐름 1편 : 생전, 그리고 사후의 실바나스
이제 퀘스트의 구성 및 흐름을 고민해야 합니다만, 여러 사건이 하나의 서사를 이루려면 서사적 일관성을 띄어야 합니다. 즉, 퀘스트를 구성할 때도 그것이 담은 이야기가 여전히 실바나스와 가시의 전쟁이라는 주제의 줄기에서 뻗어 나온 나뭇가지이어야 합니다. 이것을 명심하면서 실바나스의 과거부터 서사를 차근차근 엮어나가 보겠습니다.
퀘스트의 시작은 로데론 공성전 직후로 설정하겠습니다. 이때는 가시의 전쟁 중 실바나스가 벌인 극단적 행보들로 인해 플레이어와 조사자 모두 그녀에 대한 의문이 극에 달해 있을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플레이어는 조사자의 호출을 받고 이들을 방문합니다. 조사자는 이번 전쟁은 도를 지나쳤다고 말하며, 그녀가 자신이 알던 모습과는 너무 달라졌다며 의문을 표합니다. 그리곤 그녀에게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며 도움을 요청하는 것으로 퀘스트를 시작합니다.
이때 조사자는 고룡 쉼터 사원에 있는 청동 용군단 크로미의 도움을 제안합니다. 크로미는 이 퀘스트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실바나스의 과거는 이미 지나간 시간이므로 직접 목격할 수 없는데, 시간을 관리하는 청동용 크로미는 과거를 목격할 수 있게 해주는 강력한 스토리텔링 수단이 됩니다.
가장 먼저 실바나스의 생전 모습을 되돌아보기 위해, 그녀가 태어나고 자랐던 장소, 동부 왕국의 유령의 숲에 있는 윈드러너 첨탑을 방문합니다. 이곳에서 조사자는 철두철미하면서도 대원을 화살로 생각하기도 했던, 그녀의 순찰 대장 시절을 언급하며, 크로미를 통해 과거의 모습을 직접 목격합니다. 그 후, 바로 근처에 있는 죽음의 흉터로 이동하여, 실바나스가 벤시로 되살아나며 겪었을 고통과 복수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복수귀로 변했음을 전달합니다. 이것 역시 크로미를 통해 마치 그 장소에 실제로 있었던 것처럼 구성합니다. 이 와중에 조사자는 포세이큰이 역병의 희생자임에도 복수를 위해 자체적인 역병을 개발했다는 사실을 플레이어에게 전달합니다.
이 시점까지 오면, 플레이어는 실바나스가 생전에도 냉혹한 인물이었으며, 죽음을 넘어 벤시로 강제로 부활하면서 복수의 대상이 사용했던 방식을 따라 할 정도로 성격이 한층 더 뒤틀렸다는 사실을 학습합니다.
![]() |
윈드러너 가문의 영지, 윈드러너 첨탑 |
다. 퀘스트의 흐름 2편 : 목적의 변화
조사자는 다음으로 노스랜드의 얼음왕관으로 향하자고 합니다. 그는 복수에 목을 멨던 실바나스가, 복수의 대상을 잃고 어떤 큰 변화를 겪었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누구보다도 복수를 원했지만, 그 대상의 죽음을 지켜보지 못했던 그녀는 허무함에 투신자살을 선택했습니다. 크로미의 도움으로 그 모습을 목격하는 플레이어와 조사자. 그리고, 곧이어 주인 잃은 발키르 여럿이 모여 그들 중 하나가 희생하고 실바나스가 부활하는 장면을 목격합니다. 그리고 죽음에서 다시 한번 부활한 그녀의 분위기가, 이전과는 달라졌음을 조사자를 통해 전달됩니다.
밤의 끝 소설에서는 여기서 실바나스가 죽음 뒤 찾아오는 고통을 목격하고 생에 대한 집착을 가지는 것으로 묘사하지만, 플레이어와 조사자가 죽음 너머를 볼 수는 없으며, 서사의 서스펜스 재미를 위해 "두 번째 죽음 뒤에 무언가를 경험하여 달라진 것이 틀림없다"라는 정도의 정보만 전달합니다.
이제 플레이어는 이 사건을 목격하여 실바나스가 더는 복수귀가 아니라 다른 무언가를 목적으로 하는 인물로 변화했음을 학습했습니다.
![]() |
노스랜드의 얼음왕관 성채 |
다음은 길니아스의 그레이메인 성벽에서 실바나스의 세 번째 죽음에 대해 조사해야 합니다. 이 사건은 목격한 인물이 많지 않으므로 조력자가 필요합니다. 사건을 직접 지켜봤거나 혹은 지켜봤을 것 같은 인물. 호드는 죽음을 직접 목격했던 대장군 크로무쉬가 있으며, 얼라이언스는 길니아스와 포세이큰의 협상에 참여했으나 가장 먼저 자리를 떴던 이바르 블러드팽이 적절합니다.
플레이어와 조사자가 다음 조사에 진척이 없을 때 조력자의 호출을 받습니다. 그들은 플레이어 일행이 실바나스에 대해 조사한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자신들이 목격한 광경을 알려주려 합니다. 조력자는 사건 장소로 일행을 안내하면서,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호기심을 유발합니다. 이윽고 플레이어는 크로미의 도움으로, 고드프리의 배신으로 실바나스가 사망하자 발키르가 자신을 희생하여 그녀를 다시 되살리는 장면을 목격합니다. 그리곤 과거의 모습과는 다르게, 고드프리에게 즉각 보복하지 않고 피곤하다며 자리를 떠나는 그녀. 조사자는 그녀가 죽음을 다시 경험하면서 생에 대한 집착이 더 심해졌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특히, 발키르는 그것을 위한 매우 중요한 수단임을 깨닫습니다.
![]() |
실바나스가 세 번째 죽음을 경험했던 그레이메인 성벽 |
라. 퀘스트의 흐름 3편 : 드러나는 생의 집착
플레이어와 조사자는 이제 실바나스가 생에 집착하고 있으며, 그것을 위해선 발키르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녀에게 남은 발키르는 이제 별로 없습니다. 그런 그녀가 다음으로 취했을 행동이 무엇이었을지 고민하는 조사자.
이번에는 군단 침공 당시, 실바나스가 헬리아와 알 수 없는 거래를 한 뒤, 발키르의 수장을 포획하려고 시도한 것을 목격한 바 있는 플레이어가 정보를 먼저 제공합니다. 이번에도 사건의 장소로 가서 크로미의 도움으로 그 장면을 목격하는 조사자와 플레이어. 조사자는 군단이라는 강대한 적이 침공했는데도, 자신의 삶을 연장해줄 발키르를 확보하기 위해 오딘의 발키르라는 강력한 동맹을 공격했던 실바나스의 행동을 보고는 경악합니다. 이 조사자의 행동을 통해 플레이어에게 그녀의 행동이 얼마나 극단적인 행동인지 전달합니다.
이 사건으로 플레이어와 조사자는 생을 연장하기 위해서 실바나스가 행했던 극단적인 행보를 학습하고, 그것이 실패함으로써 벌어질 그녀의 다음 행보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 |
발키르 수장 에이르를 포획하려 하는 실바나스 |
생각 끝에 조사자가 내린 결론은 오랜 시간 그녀의 화살 역할을 해왔던 이들, 포세이큰입니다. 밤의 끝 소설에서, 실바나스가 포세이큰을 자신의 생을 연장하기 위한 화살촉으로 묘사한 바 있습니다. 이 결론을 내리자마자 조사자는 최근에 벌어졌던 한 사건을 떠올립니다. 그것이 바로 실바나스가 더는 포세이큰을 신뢰하지 못하게 된 아라시 고원 가족 상봉 사건입니다.
그러면서 당시의 상황을 고스란히 전해줄 인물로 빛의 언데드로 부활한 칼리아 메네실이 소개됩니다. 플레이어와 조사자는 크로미의 도움으로 과거의 잔상을 목격면서 칼리아 메네실의 증언을 함께 듣습니다. 가족이 그리운 포세이큰과 변해버린 모습까지 받아들이기로 한 얼라이언스 주민을 목격하는 플레이어 일행. 그리고 어둠 순찰자의 화살이 칼리아 메네실과 얼라이언스로 도주하려는 포세이큰에게 날아가는 회상에서 갑작스레 진짜 어둠 순찰자들의 습격이 시작됩니다. 이 습격 정체불명의 인물이 실바나스의 뒷조사를 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나타노스가 사주한 것으로, 이 연계 퀘스트의 마지막을 장식하면서 조사 중단의 개연성을 제공합니다. 전투 끝에 목격자가 없도록 순찰자를 모두 제거한 플레이어 일행은 실바나스와 나타노스가 조사를 눈치챈 것 같으니, 더 파고들어선 위험하다 결론 내리고 조사를 중단합니다.
게임에 구현된 아라시 고원 가족 상봉 사건 희생자의 묘소 |
안전한 곳으로 피신한 플레이어와 조사자. 이들은 이제까지 알게 된 정보들을 종합해봅니다. 이 정보를 종합하는 구성은, 플레이어가 긴 퀘스트 도중 쏟아졌던 정보를 다시 정리해서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조사자는 조사했던 사건을 하나하나 언급하면서, 결과적으로 실바나스가 죽음 저편에서 반복하여 경험한 무엇 때문에 생에 대한 집착을 하기 시작했으며, 생의 연장을 위한 수단으로 발키르, 포세이큰을 활용해왔으나, 이제 기존의 수단이 모두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정리합니다. 가시의 전쟁과 극단적 행보들은 죽음을 피하고자 하는 그녀가 불안 요소인 얼라이언스를 말끔히 제거하고 완전한 승리를 얻기 위한 것(소설에 있었던 묘사입니다)이었으며, 그것을 위해선 호드마저 화살촉으로 사용할 것이라 합니다. 마지막으로 조사자는, 실바나스를 이대로 두면 호드가 소모품처럼 사용될 테니, 무언가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연계 퀘스트가 종료됩니다.
이렇게 구성하면, 플레이어는 대서사시의 서막 같은 큰 볼륨의 연계 퀘스트를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격전의 아제로스 서사의 열쇠를 쥐고 있는 실바나스라는 인물에 대하여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럼 서사 내내 실바나스가 취하는 극단적인 행동들이 개연성 없는 행동이 아니라, 거듭된 죽음으로 인해 생에 집착하려는 인물의 행동으로 보이기 시작할 것이며,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녀가 대체 죽음 너머에서 어떤 경험을 했기에 저런 행동을 하는 것인지 대한 궁금증까지 유발할 수 있습니다.
5. 마치며
이번 글에서는 어떻게 하면 플레이어가 실바나스라는 인물을 게임에 맞게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이야기를 푸는 방법에 정답은 없으므로 이것이 반드시 옳다고 할 수 없으니, 이 글이 너무 과한 해석이라고 생각하거나, 더 좋은 방안이 있으신 분은 언제든 댓글로 의견 부탁드립니다. :-)
이제 다음 글에서는 바로크 사울팽과 관련된 사건을 개선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참고 자료
1. 서적
ㆍ서사학 강의 (H. 포터애벗)
ㆍ밤의 끝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ㆍ폭풍 전야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2. 게임
ㆍ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