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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작하기 전에
레벨 기획을 독학으로만 공부하다가 처음으로 가능성을 평가받았던 신입 입사 면접 당시, 유독 기억나는 일이 하나 있습니다. 면접관께서 "레벨 기획이 무엇이라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을 하셨습니다. 당시 아트를 하다가 전향했던 저는, 환경적인 부분에 편중된 제 생각을 말씀드렸고, 그분은 그것은 레벨 기획의 일부분이라고 말씀해주셨지요. 이후 그와 관련된 몇 가지 질문이 더 오갔으며, 각자가 이해하는 정의가 다소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다행히 면접은 좋은 결과를 맺어 입사는 성공했지만, 이후로도 레벨 디자인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에 관한 찝찝한 느낌은 남았습니다. 내가 하려는 일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이 글은 레벨 기획을 전문적으로 시작한 2016년부터, 실무를 진행하면서 깨달은 것이나, 개인 공부를 하면서 생각했던 것을 간략히 정리한 것입니다. 제가 어떻게 이런 정의를 내리게 되었는지 생각의 과정까지 기재해두었으니, 혹시 이견이 있으시면 언제든 댓글을 남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2. 레벨 기획의 정의 (2020.04.26)
가. 정의
ㆍ게임에서 제공하는 경험이 더 효과 있도록 경험의 단계, 빈도를 설계하는 것
나. 경험
ㆍ게임에서 전하려는 것이면 그 무엇이든 해당
ㆍ성취감 : 무언가를 해냈다는 느낌. 개인의 성장도 포함
ㆍ개발자의 메시지 : 개인, 사회적, 철학적 이슈에 대한 고민
ㆍ정서적인 느낌 : 희로애락 등 감정
ㆍ무언가에 대한 홍보 : 사상, 상품, 타 콘텐츠와의 연계 등
다. 범위
ㆍ경험을 단계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것이 있다면, 레벨 기획이 필요하다.
ㆍ보편적으로는 학습, 전투, 캐릭터의 능력, 플레이어의 기술 등이 있다.
ㆍ서사적으로는 사건의 전달 방식, 인물의 등장도 영향이 있다.
ㆍ아트적으로는 환경의 변화, 캐릭터 외모의 변화 등이 있다.
라. 방법
ㆍ최대한 플레이어와 게임 사이의 상호작용을 이용하여 설계한다.
마. 체감
ㆍ제공한 경험을 플레이어가 실제로 체감해야 의미가 있다.
ㆍ더 자주 체감할수록 더 재미있어 게임에 몰입한다.
ㆍ효과 있다는 것은 잘 체감했다는 것이다.
※ 2020.04.26 당시 생각
2018.12.30의 글은 게임에서 제공하는 경험에 관해 너무 예시만 늘어놓아서, 이것을 더 구체적으로 기술했습니다. 보통 레벨 기획하면 전투나 환경에 관한 것만 생각하기 마련인데, 단계적으로 제공되어야 하는 모든 것, 예를 들면 시나리오나 학습, 아트적인 것까지도 레벨 기획 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명시했습니다.
추가로 이전의 생각들을 다시 한번 읽어보면서 매우 중요한 사실을 정의에 빼먹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상호작용으로, 다른 콘텐츠와 비교했을 때 게임만이 가질 수 있는 매우 강력한 강점입니다. 2018.02.01 당시에는 경험의 범위를 제공하는 모든 것으로 분류하면서, 전체를 다 상호작용하게 할 수는 없으니 뺐던 것 같은데, 이것은 게임의 게임다움, 즉 게임성을 결정짓는 요소이므로 최대한 상호작용을 넣어야 한다는 형태로 정의를 개선했습니다.
3. 과거의 정의들
가. 2018.12.30
1) 정의
ㆍ게임에서 제공하는 경험이 더 효과 있도록 경험의 단계, 빈도를 설계하는 것
2). 경험의 종류 : 게임에서 전하려는 것이면 그 무엇이든 해당
ㆍ성취감 : 무언가를 해냈다는 느낌. 개인의 성장도 포함
ㆍ개발자의 메시지 : 개인, 사회적, 철학적 이슈에 대한 고민
ㆍ정서적인 느낌 : 희로애락 등 감정
ㆍ무언가에 대한 홍보 : 사상, 상품, 타 콘텐츠와의 연계 등
3). 체감
ㆍ제공한 경험을 플레이어가 실제로 체감해야 의미가 있다.
ㆍ더 자주 체감할수록 더 재미있어 게임에 몰입한다.
ㆍ효과 있다는 것은 잘 체감했다는 것이다.
※ 2018.12.30 당시 생각
2018.02.01에서 레벨 기획은 경험의 단계를 설계하는 것이라 했으며, 목적은 제공하는 경험이 더 효과 있도록 하는 것이라 했습니다. 그럼 효과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플레이어가 기획자가 의도한 데로 경험을 체감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바로 체감. 만약 경험을 제공했는데 체감하지 못한다면? 그런 일이 있긴 할까요?
RPG 대부분의 경험이 성장이라면 게임은 캐릭터의 능력치를 상승시킬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능력치가 올랐으나 체감하기 어려운 수준 혹은 체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예 : MP가 부족한 적이 없는데 MP가 올랐다!). 이런 경우 성장 경험을 제공했지만 실제로 플레이어가 체감하지 못했을 수 있습니다. 즉, 레벨 기획의 중점 또 하나는 "성장 경험을 제공하되,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본의 모 개발자가 어느 글에서 리니지2 레볼루션의 사례를 들며 "경험의 단계와 빈도"에 대해 언급한 바 있습니다. 게임이 재밌으려면, 다른 말로 경험이 효과 있으려면, 플레이어가 경험을 자주 체감해야 합니다. 마치 맛집에 가서 음식 맛을 알아보려면 여러 번, 자주 맛보면서 음미해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즉, 레벨 기획자는 단계를 설계할 때 경험을 자주 체감할 수 있도록 신경 쓸 필요가 있습니다. 이때, 같은 수준의 경험 체감 빈도가 너무 잦다면 무감각해질 수 있으므로, 역치에 관해서도 신경쓸 필요가 있습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레벨 기획을 빈도와 단계를 설계한다고 정의해야 합니다.
나. 2018.02.01
1) 정의 : 게임에서 제공하는 경험이 더 효과 있도록 경험의 단계를 설계하는 것
2) 경험의 종류
ㆍ성취감
ㆍ개발자의 메시지(개인,사회적 등)
ㆍ정서적인 느낌(희로애락 등)
ㆍ무언가에 대한 홍보
※ 2018.02.01 당시 생각
2016.07.05 글을 다시 읽으면서 의문점이 생겨 다시 정리합니다. 무엇이 의문이었는지부터 생각해보겠습니다. 첫 글에서는 레벨 기획이 경험의 단계를 설계하는 것이라고 정리했고, 이점에는 지금도 이견이 없습니다. 과거에 이 부분을 고민하면서, 분명 게임에서 전달하려는 경험이 무엇인지에 따라 기획 방향이 달라지리라 생각했었습니다만, 어느 순간 저 스스로 경험을 단순히 성취감, 특히 도전에 의한 것으로만 정의하고 있었습니다. 게임에서 제공할 수 있는 경험이 성취감이 전부일까요? 분명 그것은 아닙니다. 게임에서 감동, 메시지 전달, 커뮤니티를 강조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즉, 레벨 기획은 성취 경험뿐만 아니라, 그 외 모든 경험의 단계도 설계해야 옳습니다.
그렇다면, 그 외 경험은 어떤 것이 있고, 어떤 단계를 말하는 것일까요? 게임 성격이 대단히 인디적이고, 사회비판적이라면, 메시지가 잘 전달되고, 또 그것이 옳다고 생각하도록 하는 설득 단계를 가져야 합니다. 게임의 목적이 서사를 전달하는 것이고, 플레이어가 끝에 주인공의 비극적 인생에 관해 슬퍼하길 원한다면, 게임플레이 과정에 주인공에게 감정이입 단계를 가져야 합니다. 왠지 메시지나 서사를 이야기하니 시나리오에서 챙겨야 할 것처럼 보이나, 이런 내용을 인지하고 있느냐의 여부로 레벨의 퀄러티가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기존 게임 사례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The Last Of Us의 경우, 조엘의 최종 선택에 관한 플레이어의 감정을 더욱 자극하기 위해서, 게임 전반적으로 조엘과 엘리의 관계를 집중할 수 있는 구성을 사용합니다. 시나리오는 말할 것도 없고, 둘의 관계를 드러내면서 갈수록 돈독히 할 수 있게 하는 도전 과제 구성 역시 여기에 포함됩니다. Witcher 3 Hearth of Stone 역시, 최종 선택의 순간에서 플레이어가 더욱 고민하도록 올지어드라는 인물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는 한편, 그를 동정하게 만드는 구성의 퀘스트, 도전 과제를 설계하고, 군터 오딤이라는 인물에 의구심을 갖게 만드는 퀘스트, 환경 등을 구성했습니다. 따라서 레벨 기획은 게임에서 제공하고자 하는 모든 경험에 관한 단계를 설계하는 것입니다.
다. 2016.07.05
1) 정의
: 플레이어가 더 큰 성취감을 얻을 수 있도록, 상호작용을 활용하여 경험의 단계를 설계하는 것이다.
※ 2016.07.05 당시 생각
플레이어가 성취감을 얻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니, 그보다 먼저, 성취감은 무엇일까요? 네이버 사전에 의하면 이것은 목적한 바를 이루었다는 느낌입니다. 즉, 성취감을 얻었다는 것은, 다른 말로는 목적했던 바를 이루었다는 말입니다. 플레이어가 성취감을 느끼게 하려면 그들이 목적으로 했던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플레이어가 목적으로 할 것이 무엇인지 예측하거나, 목적으로 할 만한 것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이제까지 이야기했던 것을 한 번 정리하면, 레벨 기획자의 목적은, 플레이어가 목적했던 바를 이루었다는 느낌을 받도록 하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것을 위해서는 플레이어가 게임을 하면서 목적으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합니다.
이번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겠습니다. 목적했던 것을 이루었다는 느낌, 성취감에는 그것을 느끼는 정도가 있을 것입니다. 플레이어가 더 큰 성취감을 느끼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손쉽게 달성한 것은 그만큼 애정과 가치가 떨어집니다. 도전 욕구라고 해야 할까요? 보통은 힘겹게 얻은 것일수록 희귀하기 때문에 더 값지게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성취감 역시 고난과 역경 끝에 달성해야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이죠. 여기까지 정리해보니, 레벨 기획자가 하는 일은 경험의 단계를 설계하는 것이라 했는데, 사실 진짜 일은 더 큰 성취감을 느끼도록 하는 것 같습니다. 성취감 각각의 가치를 따지지 않고 그저 얻게만 한다면, 단계를 설계할 필요 없이 그냥 쉽게 줘버리면 될 일이 아닐까요?! 물론 그렇다면 게임은 지루하기 짝이 없겠지요.
라. 2016.06.27
1) 정의
: 플레이어가 성취감을 얻을 수 있도록, 상호작용을 활용하여 경험의 단계를 설계하는 것
※ 2016.06.27 당시 생각
레벨(Level)의 사전적 정의는 무엇일까요? 국내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해보았습니다.
ㆍ네이버 :가치, 질 등의 수준, 단계
ㆍ다음 : 단계, 지식 등의 달성의 정도
즉, 레벨 기획이란 무언가의 단계, 달성 정도를 설계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무언가에 관해 알아야 할 텐데, 이것을 알기 위해서 이번엔 게임의 정의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Art of Game Design이라는 책에 의하면, 게임 기획이란 경험을 만드는 것이라 했고, 저 역시 이것에 공감합니다. 이 두 가지를 합치면 레벨 기획은 경험의 단계 혹은 달성의 정도를 설계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재밌는 것은 어떤 경험을 설계하느냐에 따라 방향이 달라질 수 있겠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려움을 극복하는 경험이라면, 게임은 점차 극복하기 어려워져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플레이어에게 전달하려는 경험이 실패가 아니므로 반드시 극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 다른 예로 안타까움의 경험을 전달하고 싶다면 시나리오로 풀어야 할 것이며, 안타까움을 느낄 대상에 몰입하도록 만드는 단계적 설계가 필요합니다. 일반적인 RPG처럼 성장을 경험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일단 넘기 어려운 벽을 경험시킨 다음, 학습이나 노력을 통하여 극복시키면 됩니다.
해외 게임 개발 사이트 Gamasutra에서 레벨 기획이 무엇인지에 관해 올린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오래되어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그 글의 첫 부분이 레벨 기획은 플레이어가 게임과 상호작용하는 모든 것을 설계한다고 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열쇠는 바로 상호작용인 것 같습니다.
레벨 기획 교본 Level Design for Games에서, 레벨 기획자는 장애물과 도전을 이용하여 플레이어에게 성취감을 전달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 말은 플레이어가 게임을 하는 목적은 성취감을 얻기 위한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것이 모든 게임에 통용되는 말일까요? 게임을 하면서 어떤 감동을 하길 원하고, 내가 주인공이 된 듯한 대리만족을 얻는 것도 성취감이라 할 수 있을까요? 생각을 다르게 하면, 다음 스토리를 보는 것, 스토리 진행을 마무리하여 감동을 얻는 것 자체가 성취감이라고 한다면 이것 역시 맞는 말이겠습니다.
이 책은 장애물과 도전을 이용하여 다양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고 합니다. 장애물도 도전의 하나이니, 결국 레벨 기획은 도전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전달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도전은 무엇일까요? 가볍게 떠올리면, 적 이기기, 상대방 플레이어 이기기, 퍼즐 풀기, 경험치 얻기, 보스를 처치하기, 퀘스트를 완료하기 등 무궁무진한 것 같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모든 도전이 플레이어와 상호작용한다는 것입니다.
문득 게임 시스템이란 무엇인지 궁금해집니다. 시스템도 레벨 기획의 영역일까요? 시스템이란 규칙을 이야기합니다. 즉, 시스템 기획자가 기획하는 것이 게임의 규칙이므로, 레벨 기획자가 게임의 규칙을 정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레벨 기획자는 시스템 기획자가 세운 규칙에 맞게 레벨 기획을 하는 것이 옳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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